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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왕가위

왕가위의 영화는 사건이 무엇인지보다 인물이 어떤 시간과 감정 속에 머무는지를 먼저 기억하게 합니다. 열혈남아와 아비정전에서 시작된 도시의 고독은 중경삼림·해피 투게더·화양연화로 이어지며 엇갈린 사랑과 지나간 순간을 붙잡는 정서로 깊어졌고, 몽환적인 색감과 느려진 움직임은 그 감정을 시각적으로 새기는 장치가 됩니다. 2046과 동사서독 리덕스에서는 기억과 반복의 감각을 더 복잡하게 다루고, 일대종사에서는 무협의 몸짓까지 자신의 정서적 리듬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서사보다 분위기와 여운을 앞세우는 방식은 이미지와 감정에 오래 머무는 관객에게 강하게 맞지만, 명확한 사건 전개와 빠른 결말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왕가위를 둘러싼 호불호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즐거움보다 정서와 스타일을 체험하는 시간을 영화의 핵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서 갈립니다.

볼까pick 등록 작품 8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