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품 페이지가 찬반을 나란히 놓는 자리라면, 여기는 운영자가 직접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입니다. 본 작품에 대한 감상일 때도 있고, 극장·제도처럼 작품 바깥 이야기일 때도 있습니다.
남편들, 이렇게 좋은 배우들로 꼭 이런 영화를 만들었어야 했을까좋은 배우들을 잔뜩 태워놓고, 웃음은 출발지에 두고 온 영화넷플릭스에서 《남편들》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들쥐,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살기 시작했을 때가짜는 진짜를 대체할 수 없더군요 — 그런데 저는 그쪽이 딱해 보였습니다『들쥐』 1화를 보다가 한 번 껐습니다.
오디세이, 10년 걸린 귀향보다 어려운 용아맥 예매원전까지 읽고 기다렸는데 — 매진, 암표, 그리고 스크린쿼터저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제법 성실했습니다.
자칼의 날, 아는 맛이 맛있습니다쫓는 쪽이 약한데도 강추입니다. 자칼 한 접시가 상을 거의 다 차렸거든요.에디 레드메인을 좋아합니다.
악마판사, 정의를 심판대가 아니라 무대 위에 올려놓은 드라마스토리는 조금씩 희미해져도 캐릭터의 목소리가 이렇게 오래 남는 드라마는 흔하지 않습니다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조금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빈센조, 악당들이 이렇게까지 사랑스러워도 되는 겁니까그런 살벌한 이야기를 해 놓고 정작 기억 속에는 웃긴 장면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이상한 드라마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작품이 있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한데 왜 나는 안 빠져들었을까젤리는 많이 봤는데 정작 먹고 싶은 젤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보건교사 안은영』을 다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꽤 단순했습니다.
청춘기록, 청춘은 희미했고 박보검만 또렷했다사건은 앞으로 뛰어가는데 감정은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드라마「청춘기록」을 보기 시작한 이유를 굳이 작품성이나 소재에 대한 관심으로 포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인간수업,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면서 결국 졸업까지 해버렸다보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 흠을 잡으면서, 막상 그만두지는 못하는 작품넷플릭스 「인간수업」을 보기 전까지 저는 이 드라마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멜로가 체질, 이야기가 아니라 말로 붙잡는 드라마입니다큰 줄기는 흐릿한데 대사가 남고, 그 대사가 붙어 있어서 장면이 다시 살아납니다.《멜로가 체질》은 2019년 JTBC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입니다.
킹덤, 재미는 그냥 그런데 시간은 순삭입니다안 멈추면 순삭이고, 멈추면 조금 어색합니다. 《킹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 멈추는 쪽을 선택한 드라마였습니다.저는 좀비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성교육 드라마인데 주인공이 제일 모릅니다상담은 오티스가 하는 것 같지만, 정작 상담받는 쪽은 보는 사람입니다.넷플릭스에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울지 못하게 만드는 드라마눈물은 출구인데, 이 드라마는 그 출구를 좀처럼 열어주지 않습니다.1989년 4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던 여성이 끔찍한 폭행을 당합니다.
버티고, 불안을 관객에게서 빌려 쓰는 영화사건이 없는데 내내 불안했다면, 그 불안은 영화의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원래 제 것이었을까요.천우희라는 배우에게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두 교황, 종교 없는 사람을 두 시간 앉혀 둔 방법변호하지 않는 대화는 믿을 만하더군요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나의 아저씨, 사람 하나를 살리는 데 필요한 말들무섭도록 어둡고, 미치도록 따뜻한좋아하는 드라마를 묻는 질문에는 의외로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소공녀, 너는 여전하고 우리는 대단하다둘 다 칭찬처럼 들리는데, 이상하게 둘 다 서글픕니다.《소공녀》의 초반에는 쌀이 새는 장면이 있습니다.
곤지암은 너무 친절해서 무섭지 않았습니다공포는 화면이 채우는 게 아니라 비워 두는 것이더군요저는 공포영화를 잘 안 봅니다.
종이의 집, 돈을 훔치는 게 아니라 시간을 훔칩니다그래서 시간을 태우는 인물이 제일 밉습니다. 도쿄요.《종이의 집》은 스페인 드라마입니다.
더 포스트, 결말을 아는 역사에서 유일하게 결말을 모르던 사람그래서 메릴 스트립만 빛났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스티븐 스필버그.
사라진 밤, 기억의 밤, 7년의 밤 — 밤 세 편이 비밀을 건네는 손남의 손으로 건넨 비밀, 너무 오래 쥐고 있던 비밀, 그리고 한 손에 너무 많이 쥔 비밀.제목에 ‘밤’이 들어가는 한국 영화 세 편을 한자리에 놓아봤습니다.
어느날, 이야기가 흐릿해질수록 배우가 선명해졌다이야기가 흩어질수록 붙잡을 것이 사람 하나만 남더군요이상한 영화였습니다.
겟 아웃, 두 시간 동안 화면에 대고 나가라고 말하는 영화몰입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무력함이었어요『겟 아웃』을 볼 때 저는 이 영화가 무슨 장르인지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작품만 보겠다는 다짐이 실패하는 영화홍상수의 날 것이 이 작품에서만 다르게 작동합니다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저는 대체로 두 가지를 말합니다.
빌리언스, 내가 누구 편인지 모르게 만드는 드라마나에게 이익이 되는 악은 선일까요금융.
꺼져버려 종양군, 웃어도 되냐고 묻기 전에 그녀가 먼저 웃었습니다시한부 이야기가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싶었는데, 가볍게 만든 사람이 본인이더군요시한부 환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많이 웃어도 되나.
와일드, 걷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게 도착한다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오래전 영화 『와일드』를 보고 나서 참 많이 걸었습니다.
좋은 날, 이미 아는 이야기는 아무리 무거워도 새롭지 않습니다사연이 없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다 아는 사연이라서요뻔한 이야기입니다.
비긴 어게인, 그 유명한 대사는 이 영화의 알리바이입니다음악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어요저는 한때 음악 영화를 꽤 좋아했습니다.
그녀(her), 아무도 고발하지 않았는데 저는 변호를 시작했습니다운영체제와의 사랑보다 이상한 건 그걸 변명하던 저였어요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라고 했습니다.
뉴스룸, 자막을 못 따라가는데 왜 빨려들었을까내용을 전부 이해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속도를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빠져들었습니다. 시즌 1만큼은요.《뉴스룸》은 호불호가 꽤 갈리는 드라마라고 들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 마지막에 멍해지는 건 생각을 못 해서가 아닙니다줄거리 한 줄로 이 영화를 걸렀던 사람이 드리는 말씀소년이 탄 배가 침몰한다. 소년은 구명보트에 올라탄다. 그런데 그 보트에 벵골호랑이 한 마리가 함께 타고 있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 227일.
늑대아이, 비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미친 놈 소리를 들었습니다십몇 년 전에 쓴 리뷰를 다시 꺼냈는데, 마음이 그대로더군요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하숙집 아저씨에게 제가 비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블랙 미러, 아무것도 모르고 보라는 말밖에 못 하는 드라마이 드라마에 대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추천, "사전 조사 없이 그!냥! 보세요!"《블랙 미러》를 추천하려고 하면 이상한 문제가 생깁니다.
홈랜드, 캐리를 견딜 수 있는 사람만 보는 드라마저는 못 견뎠고, 시즌 3가 저의 마지막 회였습니다먼저 정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셜록, 시즌 2까지만 미친 드라마였던 이유셜록을 감당하는 사람이 둘 있었습니다. 하나는 견뎠고, 하나는 맞받았습니다. 둘 중 하나가 사라지고 나니 천재만 남았습니다.셜록 홈즈 전집을 꽤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셜록 홈즈가 영상으로 옮겨질 때마다 조금씩 아쉬웠습니다.
심야식당, 메뉴가 하나뿐이라서 20분이 꽉 찹니다나머지는 손님이 가져오면 만들어 주는 것. 그게 이 식당의 영업방침이고, 이 드라마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합니다.처음 《심야식당》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부터 어감이 좋았습니다.
브레이킹 배드, 줄거리가 안 와닿는 게 정상입니다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가느냐의 드라마거든요미드 추천 이야기가 나오면 늘 빠지지 않는 작품이 있습니다.
멘탈리스트, 범인이 누구든 상관없어진 드라마레드 존은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드라마를 7시즌이나 애정했습니다.《멘탈리스트》를 현대판 셜록이라고 부르면 조금 과한 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둘을 굳이 한 줄 위에 세워놓는다면 닮은 구석은 분명 있습니다.
하얀거탑, 나는 아직도 김명민보다 장준혁이라는 이름이 먼저 나온다옳은 사람에 관한 드라마가 아니라,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았던 사람에 관한 드라마살면서 좋아했던 드라마를 떠올리라고 하면 꽤 여러 작품이 생각납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무서운 건 저 인간들이 아니라 나였습니다오늘의 내가 편하기 위해 내일의 나에게 빚을 넘깁니다『도박묵시록 카이지』는 워낙 유명한 작품입니다.
백야행, 우울은 2시간에 안 들어갑니다손예진 영화가 실망스러웠던 이유를 11부작을 보고 알았어요《백야행》은 보기 전부터 조금 망설였던 드라마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 노다메가 치아키에게 한 짓을 저한테 했습니다첫인상은 영 별로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사람이 나오는 작품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노다메 칸타빌레》는 제가 처음 본 일본 드라마입니다.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못 한 말은 관객 쪽으로 넘어옵니다울리려고 만든 영화인데, 남은 건 슬픔이 아니라 숙제였어요줄거리만 놓고 보면 놀랄 만큼 익숙한 영화입니다.
1리터의 눈물, 짜내지 않아서 나온 눈물울릴 작정인 제목인데, 정작 드라마는 울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울었습니다.제목부터 상당히 노골적입니다.
오만과 편견 vs 센스 앤 센서빌리티, 책 안 읽은 사람의 보고서두 영화가 똑같아 보였다면 그건 무지가 아니라 정답입니다먼저 고백부터 하겠습니다.
로스트, 밤새 보게 한 것과 산으로 보낸 것이 같은 것이었습니다거대한 비밀의 수수께끼. 그게 용이었고, 그게 뱀 꼬리였습니다.제 첫 미드는 《프리즌 브레이크》였고, 두 번째가 《로스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