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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다시 살고 싶은 날들이 쌓여서

고치고 싶어서 돌아가려던 날들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은 날들이 됐습니다

2026년 9월 30일운영자 개인 의견

『어바웃 타임』은 제 인생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조금 덧붙이고 싶어집니다. 어디가 그렇게 좋았는지 설명하려다 보면 정작 사랑 이야기부터 꺼내기가 망설여지거든요. 분명 사랑스럽고, 보고 있으면 연애하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레이첼 맥아담스가 웃고 있는데 대체 누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영화가 오래 남은 이유를 말하려면 그 웃음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거기에는 지나온 날들이 있습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았는데 이제는 한 번쯤 돌아가 보고 싶은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따라오는, 조금은 못난 제 마음도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부터 할까.

저는 이런 상상을 하면 고치고 싶은 일부터 떠오릅니다. 잘못한 선택, 쓸데없이 내뱉은 말, 용기가 없어서 끝내 못 한 일. 다시 붙잡을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후회 몇 개는 줄일 수 있겠죠.

(물론 그렇게 살고 돌아와서 다른 후회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 성격은 제가 아니까요.)

그래도 상상 속의 두 번째 저는 늘 조금 더 현명합니다. 말도 잘하고, 망설이지도 않고, 중요한 순간을 알아봅니다. 지나고 나서야 안 것들을 그때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꽤 유리한 조건을 걸어 놓고 제 인생을 채점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어바웃 타임』의 시간 여행은 그 마음을 아주 자연스럽게 건드립니다.

처음에는 팀이 그 능력으로 사랑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지켜보게 됩니다. 어색했던 순간을 다시 만나고, 어긋난 기회를 붙잡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 우습기도 하고 이해되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대화 한 번쯤은 있으니까요.

그렇게 두 사람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 눈이 다른 데 머물렀습니다. 둘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그 마음만으로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시간, 가족이 곁에 있는 풍경,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랑이 이루어진 다음에도 삶은 계속되고, 그 안에는 설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도요. 영화가 어디쯤에서 그렇게 달라졌는지는 정확히 짚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느새 저는 팀의 연애를 보면서 제 삶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울컥했나 봅니다.

지나온 삶에 후회가 많았습니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이미 끝난 일을 마음속에서 다시 꺼내 놓고, 이제 와서는 아무 소용 없는 대답을 붙여 보곤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달라집니다. 잘못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때 곁에 있던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어집니다. 익숙해서 흘려들었던 말을 이번엔 끝까지 듣고 싶고, 별것 아니라고 지나친 시간을 조금 더 천천히 보내고 싶어집니다.

다시 가게 해 준다면 대단한 일을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음이 가는 곳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같이 앉아 있고,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을 순간들이 있었다는 게 조금 먹먹했습니다. 그때는 충분한 줄 몰랐으니까요. 늘 뭔가 더 있어야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특히 팀과 아버지 사이에 흐르는 시간에서는 쉽게 마음을 거두기 어려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이 한없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평소엔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든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은 그냥 지나갑니다. 다음에 물어보면 되고, 다음에 들으면 되고, 다음에 조금 더 오래 있으면 됩니다. 그렇게 미뤄 둔 '다음'이 얼마나 많은지 세어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거창하게 표현하지 못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전해지는 마음이 있고, 그 무게는 늘 뒤늦게 알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그런 감정을 서둘러 정리하게 하지 않아서입니다. 웃고 있을 때도 시간은 흐르고, 행복한 장면에도 언젠가 그리워질 기색이 묻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 순간을 비장하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농담하고, 실수하고, 조금 우스운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저는 그 온도가 좋았습니다.

우리도 소중한 사람 앞에서 늘 좋은 말만 하며 살지는 않으니까요. 피곤하면 건성으로 대답하고, 별것 아닌 일로 기분이 상하고, 함께 있으면서도 딴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야 그날의 평범함이 얼마나 귀했는지 알아차립니다.

그래서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나면 그 평범함에 조금 더 마음을 쓰고 싶어집니다. 오늘을 완벽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까지는 못 하겠습니다. 그런 결심은 벌써부터 피곤합니다. 다만 좋은 순간이 왔을 때 너무 빨리 다음 일로 넘어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웃을 수 있을 때 조금 더 웃고, 듣는 척 대신 정말로 듣는 정도라면 저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이쯤에서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마고 로비는 정말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화면에 사람이 하나 나왔는데 조명이 하나 더 켜진 것 같았어요.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그런데 역시 제 취향은 레이첼 맥아담스입니다. 이건 꽤 확고합니다.

메리를 보고 있으면 그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이 궁금해집니다. 약속 없는 날에도 만나고 싶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해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웃는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조금 수줍고 조금 장난스러운 표정까지 사랑스럽습니다. 저런 사람이 눈앞에서 웃고 있는데 시간을 아껴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영화가 말하는 하루의 소중함이 그 얼굴 덕분에 훨씬 쉽게 이해됐다고 하면, 너무 사심 가득한 감상일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인생 영화를 고르는 데 사심이 빠질 수는 없으니까요.

『어바웃 타임』을 떠올리면 여전히 돌아가고 싶은 날들이 생각납니다. 영화 한 편 봤다고 후회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선택은 아직도 아쉽고, 어떤 순간은 생각할수록 마음이 쓰입니다. 다만 그 시절을 바라보는 마음에 다른 감정이 조금 생겼습니다. 잘못한 일을 떠올리느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좋은 순간들이 그 안에 함께 있었다는 것. 다시 살아야만 가치가 생기는 시간은 아니었다는 것.

아마 그래서 이 영화를 오래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며 봤는데, 보고 나면 오늘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궁금해집니다. 나중에 그리워하며 떠올릴 그 얼굴을, 지금 조금 더 보고 싶어집니다.

이 글은 볼까pick 운영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의견입니다. 작품 페이지의 「호불호 정리」는 찬반 양쪽을 균형 있게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칼럼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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