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면서 결국 졸업까지 해버렸다
보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 흠을 잡으면서, 막상 그만두지는 못하는 작품
넷플릭스 「인간수업」을 보기 전까지 저는 이 드라마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훑어보며 ‘이건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닙니다. 당시 여기저기서 「인간수업」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고, 기사를 몇 번 보고 나니 오히려 제가 먼저 지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봤습니다.
이 정도로 난리라면 대체 뭐가 있나 싶어서요.
아주 적극적인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맛집 앞에 줄이 너무 길어서 궁금한 마음에 마지막에 슬쩍 줄을 서 본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그 줄에서 끝까지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재미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한데, 다음 화는 누르게 된다
첫인상은 솔직히 심심했습니다.
소재만 보면 상당히 셉니다.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이 범죄와 연결된 이중생활을 하고 있고, 그 주변에 또 다른 아이들이 엮입니다. 청소년 드라마라는 말만 듣고 떠올릴 법한 풋풋함이나 성장담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소재의 자극성에 비해 제가 체감한 초반의 속도는 이상하리만큼 더뎠습니다.
‘이렇게 센 이야기를 가지고 왜 나는 이렇게 심드렁하지?’
보면서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중간에 끕니다. 세상에 드라마가 이것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 OTT 시대에 재미없는 작품을 끝까지 견디는 건 더 이상 미덕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인간수업」은 이상했습니다.
막 다음 화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두기도 애매합니다. 한 편을 보고 나면 ‘뭐, 다음 편까지만 보지’ 하게 되고, 다음 편을 보면 또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 더 볼까’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입니다.
이것을 몰입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10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길이에 속아 계속 전진한 것뿐일까요.
아직도 판단이 잘 안 됩니다.
분명한 것은 보는 동안 몇 번이나 재미를 의심했는데 결국 전편을 다 봤다는 사실입니다. 시청자를 붙잡는 데 성공했으니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해야 할 것 같다가도, 다시 생각하면 선뜻 그렇게 말하기가 싫습니다.
조금 얄미운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강한데, 정작 사람을 붙잡은 것은 배우였다
제가 끝까지 본 데에는 배우들의 힘이 꽤 컸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가장 반가웠던 얼굴은 최민수였습니다.
워낙 존재감이 강한 배우라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장면에 무게가 생깁니다. 자칫 어린 배우들만의 불안하고 거친 에너지로 흘러갈 수 있는 작품에서 중심을 한 번씩 눌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초반 이탈을 막아 준 사람이기도 합니다.
최민수가 없었다면 아마 몇 화쯤에서 ‘나랑은 안 맞네’ 하고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가장 의외였던 배우는 정다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만 듣고 바로 얼굴이 떠오르는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분명 어디서 봤는데…’ 하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수업」을 다 본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확실하게 기억에 남은 배우를 한 명 고르라면 저는 정다빈을 선택하겠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가진 거칠고 위태로운 에너지도 있지만, 그걸 단순한 반항이나 악다구니로 소비하지 않는 힘이 있었습니다. 불편하고 시끄럽고 때로는 지나치다 싶으면서도 묘하게 눈을 떼기 어렵습니다.
보기 전에는 이름조차 희미했던 배우가 작품이 끝난 뒤에는 가장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배우에게 작품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경우가 이런 것이겠죠.
박주현도 인상은 좋았습니다.
처음 보는 배우에 가까웠는데 극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충분히 만들어 냅니다. 다만 정다빈처럼 ‘이 배우는 다음 작품도 찾아봐야겠다’는 단계까지 저를 밀어붙이지는 못했습니다.
남윤수 역시 처음에는 전혀 아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적어도 다음에 다른 작품에서 보면 알아볼 것 같습니다. 배우에 대한 기대치가 0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큰 변화입니다.
김여진과 박혁권은 예상했던 만큼 안정적이었습니다.
출연 분량이 작품 전체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배우들이 등장하면 장면 자체가 조금 편안해집니다. ‘적어도 여기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긴다고 할까요.
연기에 관한 만족도만 놓고 본다면, 저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보다 배우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김동희, 저는 여전히 조금 답답했습니다
김동희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많이 봤습니다.
「인간수업」에서의 연기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많았고, 작품의 분위기와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끝까지 조금 답답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캐릭터의 특성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인물은 애초부터 시원하고 호쾌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늘 불안하고, 눈치를 보고, 상황에 끌려가다가 잘못된 선택을 반복합니다.
그러니 답답해 보이는 것이 제대로 된 연기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이전에 봤던 다른 작품들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SKY 캐슬」이나 「이태원 클라쓰」를 거쳐 여기까지 오다 보니, 배우보다 캐릭터가 먼저 달라져야 하는 건지 배우가 확실한 변신을 보여 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번쯤 전혀 다른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본 작품 안에서만 판단한 것이니 다소 억울한 평가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관객은 결국 자신이 본 것만 가지고 말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강한 소재와 좋은 연기가 곧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수업」은 분명 위험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청소년 범죄, 돈, 폭력, 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고, 등장인물들은 한 번의 잘못을 수습하려다가 더 깊은 구덩이로 들어갑니다.
어른들이 상상하는 ‘문제 청소년’의 세계를 적당히 교훈적으로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그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지도 않습니다. 이미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더 나쁜 상황으로 굴러가는 모습을 보여 줄 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강한 설정에 비해 이야기 자체에서 받은 만족감은 높지 않았습니다.
사건은 계속 커지는데 이상하게 감정까지 같이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분명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등장인물들은 벼랑 끝으로 몰려가는데, 저는 때때로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구경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폭력성과 선정성은 충분히 강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극적인 긴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센 장면을 많이 넣는다고 작품까지 자동으로 세지는 않습니다.
고춧가루를 많이 넣었다고 모두 맛있는 매운탕이 되는 건 아닌 것처럼요.
그래서 제게 「인간수업」은 ‘소재가 강렬했던 작품’이지 ‘이야기가 강렬했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보라고 하면 사양하겠습니다
10화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솔직한 감정은 이렇습니다.
‘그래도 다 봤네.’
칭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재미없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끝까지 봤고, 재미있었다고 추천하기에는 보는 동안 불평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결말은 이야기가 완전히 닫혔다기보다 이후를 상상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엄청나게 기다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개 날짜를 달력에 표시하고 예고편이 뜰 때마다 찾아볼 정도의 애정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켰다가 새 시즌이 떠 있는 걸 발견하면요?
아마 누를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이상한 매력입니다.
저에게 「인간수업」은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싫고,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드라마였습니다.
다시 처음부터 볼 마음은 없습니다. 이야기가 특별히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배우들은 꽤 좋았고, 몇몇 인물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불평하면서도 마지막 화까지 봤습니다.
이런 작품도 있습니다.
보고 있는 동안에는 계속 흠을 잡으면서, 막상 그만두지는 못하는 작품.
학교 수업이었다면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 겁니다.
강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교수에게 불만도 꽤 있었는데, 이상하게 결석 한 번 안 하고 종강까지 출석해 버린 겁니다.
그리고 다음 학기가 열린다면?
투덜거리면서 수강신청 버튼을 누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제게는 「인간수업」이라는 드라마였습니다.
이 글은 볼까pick 운영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의견입니다. 작품 페이지의 「호불호 정리」는 찬반 양쪽을 균형 있게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칼럼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