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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악당들이 이렇게까지 사랑스러워도 되는 겁니까

그런 살벌한 이야기를 해 놓고 정작 기억 속에는 웃긴 장면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이상한 드라마

2026년 9월 14일운영자 개인 의견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작품이 있습니다.

한 회만 보고 자야지 했다가 시계를 확인하면 이미 새벽이고, 다음 날 피곤할 걸 뻔히 알면서도 ‘딱 하나만 더’를 누르게 되는 작품.

저에게 『빈센조』가 그랬습니다.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많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는 말이 가장 정확하게 어울리는 드라마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재미에도 종류가 있으니까요. 완성도가 높아서 감탄하며 보는 드라마가 있고,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는 드라마가 있고, 배우의 연기가 좋아서 보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빈센조』는 그걸 꽤 욕심스럽게 다 가져간 작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이 드라마의 ‘사람들’을 좋아했습니다.

악당을 잡는 데 꼭 착한 사람이 필요할까

빈센조 까사노와 홍차영.

두 사람을 중심에 세워 놓고 보면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조금 설명이 됩니다.

송중기가 연기한 빈센조는 처음부터 상당히 위험한 인물입니다. 마피아의 콘실리에리이고, 필요하다면 폭력을 쓰는 데 망설임이 없으며, 선량한 주인공이 악당을 응징하는 일반적인 이야기의 문법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멋있습니다.

정확히는, 위험해서 멋있습니다.

정의를 입으로 떠들면서 뒤에서는 다른 계산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에 자신이 악당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나름의 선과 기준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순이 빈센조라는 인물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악을 상대하려면 반드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빈센조』는 처음부터 그 질문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더 재미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쪽이 괴물이라면, 이쪽에서도 괴물 하나쯤 데려오면 안 되느냐고.

이 드라마에서 정의는 꽤 자주 무력합니다. 법은 느리고,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법이 자신들에게 도착하기 전에 얼마든지 길을 틀어 버립니다. 그래서 빈센조가 선택하는 방법은 정의로운 해결책이라기보다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상대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굉장히 묘한 쾌감이 생깁니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해결법인데 드라마 안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속이 시원합니다.

아마 그래서 이 작품의 대사들이 유독 많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후회, 거짓말, 탐욕, 정의, 반성, 공포.

『빈센조』에는 사람과 세상을 조금 비틀어 바라보는 대사가 많습니다. 멋을 부리기 위해 만들어진 대사도 분명 있지만, 그중에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이 작품이 인간의 선함을 지나치게 믿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사람은 반성한다고 쉽게 바뀌지 않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을 쉽게 내려놓지 않으며, 탐욕은 더 큰 탐욕을 만나기 전까지 좀처럼 멈추지 않습니다.

상당히 냉소적인 세계관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런 드라마가 정작 사람에 대해서는 꽤 따뜻하다는 겁니다.

금가프라자에는 엑스트라가 없었습니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금가프라자의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많은 캐릭터가 필요한가 싶었습니다.

세탁소 사장, 분식집 사장, 피아노 학원 원장, 무술 도장 관장, 전당포 부부….

등장할 때마다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는데, 이 사람들이 나중에 전부 필요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금가프라자에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허전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과장돼 보이던 인물들에게 하나씩 이야기가 붙고, 능력이 붙고, 관계가 생깁니다. 그렇게 주변 인물이었던 사람들이 점점 이 드라마의 세계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런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주인공에게만 좋은 장면과 좋은 대사를 몰아주는 작품보다, 조연에게도 자기만의 순간을 만들어 주는 작품.

주인공 둘이 잠깐 화면에서 사라져도 이야기가 죽지 않는 작품.

『빈센조』는 그런 의미에서 꽤 풍성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제일 그리운 건 홍차영입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홍차영이 있습니다.

제가 『빈센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리워지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마 전여빈이 연기한 홍차영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대단히 예쁜 장면 때문도 아니고, 멋있는 장면 때문도 아닙니다.

그냥 홍차영이 이상한 표정을 짓고, 몸을 휘청거리면서 뛰어다니고, 황당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던 장면들이 그립습니다.

이 캐릭터는 정말 조금 이상합니다.

아니, 많이 이상합니다.

보통 이런 장르에서 여성 주인공은 남성 주인공의 냉정함을 완화해 주거나 감정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홍차영은 그런 방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빈센조 옆에서 같이 날뜁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전여빈의 코믹 연기는 예쁜 모습을 조금 포기할 줄 아는 연기입니다. 표정을 크게 쓰고, 몸을 우스꽝스럽게 움직이고, 대사의 박자를 묘하게 비틀어 버립니다. 조금만 잘못하면 과해 보일 수 있는 연기인데 홍차영이라는 캐릭터 안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저 캐릭터 왜 저래?’ 하고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홍차영이 얌전히 있으면 오히려 불안합니다.

오늘 왜 조용하지?

무슨 일 있나?

그 정도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빈센조』가 끝난 뒤 가끔 전여빈의 작품을 볼 때면 뜬금없이 홍차영이 생각납니다.

물론 배우가 계속 비슷한 연기를 반복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겠죠. 배우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이기적이게 됩니다.

한 번만 더 저렇게 미친 듯이 웃겨줬으면 좋겠는데.

한 번만 더 저 특유의 리듬으로 대사를 쏟아냈으면 좋겠는데.

홍차영 같은 캐릭터 하나만 다시 만나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칼을 가는 사람과 칼집을 들고 춤추는 사람

송중기와 전여빈의 조합이 좋았던 것도 두 사람이 서로 완전히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빈센조가 정교하게 칼을 가는 사람이라면 홍차영은 그 옆에서 칼집을 들고 춤추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둘 다 꽤 단단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도 과하게 달콤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사랑 이야기만 떼어 놓고 보면 아쉬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정도가 『빈센조』에는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둘에게 사랑보다 급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죽을 사람도 구해야 하고, 잡을 놈도 잡아야 하고, 금도 찾아야 하고, 건물도 지켜야 합니다.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가끔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더 좋았습니다.

현실성은 문밖에 두고 보셔야 합니다

이 작품이 완벽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닙니다.

중간중간 지나치게 늘어지는 부분도 있고, 코미디의 수위가 취향을 탈 만한 장면도 있으며, 현실적인 법정물이나 범죄물을 기대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빈센조』의 세계에서 현실성은 꽤 자주 문밖에서 기다립니다.

대신 그 자리에 장르적 쾌감이 들어옵니다.

진지하게 악당을 상대하다가 갑자기 희극이 되고, 조금 전까지 웃기던 사람이 다음 순간 살벌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 정신없는 온도 변화가 이상하게 중독적입니다.

아마 그래서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갔던 것 같습니다.

『빈센조』의 가장 큰 장점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드라마인 동시에, 다음에 이 사람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가 궁금한 드라마였다는 데 있습니다.

사건만 따라간 게 아닙니다.

캐릭터를 따라갔습니다.

그래서 결말에 도착했을 때 사건이 끝났다는 아쉬움보다 이 사람들을 이제 못 본다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줄거리는 잊어도 사람은 남습니다

저에게 좋은 드라마의 기준 중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줄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꽤 많이 잊어버립니다.

누가 누구를 배신했고, 어떤 증거로 사건이 뒤집혔는지는 몇 년 지나면 희미해집니다.

그런데 캐릭터는 남습니다.

표정이 남고, 말투가 남고, 둘이 티격태격하던 장면이 남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별 이유도 없이 문득 생각납니다.

‘홍차영 보고 싶다.’

저에게 『빈센조』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정의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악당을 상대하기 위해 기꺼이 악당이 되어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살벌한 이야기를 해 놓고 정작 기억 속에는 웃긴 장면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이상한 드라마.

송중기는 빈센조라는 캐릭터가 가진 냉정함과 우아함을 제대로 살렸고, 전여빈은 자칫 평범해질 수도 있었던 홍차영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주위에 수많은 인물이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금가프라자라는 세계 자체를 좋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즌 2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도 솔깃합니다.

꼭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됩니다.

빈센조가 또 누구를 혼내 주고, 금가프라자 사람들이 또 쓸데없이 일을 크게 만들고, 그 옆에서 홍차영이 특유의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으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꽤 즐겁게 볼 자신이 있습니다.

결국 『빈센조』를 좋아했던 이유를 한참 적고 나니 의외로 간단합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많이.

그리고 몇 년이 지나도 가끔 그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드라마에 해줄 수 있는 칭찬 가운데 어쩌면 이것보다 더 좋은 말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볼까pick 운영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의견입니다. 작품 페이지의 「호불호 정리」는 찬반 양쪽을 균형 있게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칼럼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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